축구
'독일축구 공식 문제아' 그로스크로이츠, 그는 누구인가
'문제아' '술주정뱅이' '기인'. 그리고 '멀티플레이어' '월드컵 우승멤버' '국가대표' '클롭의 애제자'.완전히 대치되는 단어다.그런데 이 모든 표현은 한 사람의 별명이다. '헐리우드 영화 속 캐릭터로 익숙한 '두 얼굴의 사나이'로 불리는 헐크가 아니고서야...'라며 의아해 할 사람들도 많겠다. 하지만 적어도 독일 축구 팬들이라면 이 선수를 떠올리며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그 주인공은 바로 최근 독일 프로축구 분데스리가로 복귀한 케빈 그로스크로이츠(27 슈투트가르트)다.독일 빌트는 8일(한국시간) "그로스크로이츠가 슈투트가르트 데뷔전에서 승리를 맛 봤다"고 전했다.그로스크로이츠는 이날 터키 안탈리아에서 열린 안탈리아스포르(터키)와의 연습경기에서 출전해 팀의 2-1승을 도왔다. 불과 이틀 전인 6일 슈투트가르트와 계약한 그는 서둘러 전지훈련지인 터키에 합류한 것이다. 여기까지는 여느 선수의 이적 과정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스토리다.하지만 그로스크로이츠의 이적 과정은 남다르다.지난 시즌까지 분데스리가의 '강호' 도르트문트의 측면 수비수로 활약했던 그로스크로이츠는 올 시즌을 앞두고 갈라타사라이(터키)로 이적했다.계약 기간은 3년에 약 170만 유로의 연봉을 받는 조건이었다. 주전 자리도 당연히 보장됐다. 하지만 그는 겨우 3개월 만에 팀을 박차고 나왔다. 연봉도 포기했다.향수병 때문이다. 가족과 함께 지내던 도르트문트 시절이 그리웠던 것이다. 그로스크로이츠는 몇 년 전 도르트문트시 브레히텐 지역에 가족과 함께 지낼 수 있는 집을 두 채나 짓고 생활했다. 고향에서 단란했던 시절을 잊지 못해 터키를 떠난 것이다.그로스크로이츠는 친청팀 도르트문트 시절엔 더 많은 기행을 저질렀다.대표적인 사례가 '케밥 습격 사건'이다. 2014년 5월 독일 쾰른의 한 케밥식당에서 식사를 하던 그로스크로이츠는 한 팬이 자신을 향해 욕설과 조롱을 늘어놓자 화를 참지 못하고 케밥을 던졌다. 이 사건은 케밥을 맞은 팬이 고소장을 접수하면서 화제가 됐다. 그로스크로이츠는 당시 자신이 참을 수 없을 만큼 큰 모욕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일명 '케밥 투척 사건' 덕분에 그로스크로이츠는 한동안 팬들의 집중 포화를 받았다. 당시 그로스크로이츠가 머물렀던 케밥식당에선 '그로스크로이츠 케밥'이란 신메뉴가 탄생하기도 했다. 그로스크로이츠의 '폭력성'을 비꼬는 노래도 유행을 했다. 독일 출신 가수 팀 투페가 '나는 손에 든 케밥을 던졌네. 신경질이 날 때면 어김없이 던진다네'라는 가사가 포함된 '그로스크로이츠송'을 발표하기도 했다.그로스크로이츠의 기행 이력엔 빠질 수 없는 사건이 하나 더 있다.바로 '반노의 방뇨'다. 그는 2014년 5월, 그러니까 케밥 투척 사건이 발생하고 며칠 뒤 또 한 번 일을 낸 것이다. 당시 도르트문트는 독일축구협회(DFB) 포칼 결승에서 라이벌 바이에른 뮌헨과 맞붙었는데 0-2로 완패했다. 2012-2013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 뮌헨에 1-2로 패한 데 이어 또 한 번 주요 대회에서 무릎을 꿇은 셈이다. 이 때문에 당시 도르트문트 팬들은 물론 선수단과 스태프까지도 침통한 분위기에서 경기장을 떠났다.'분노하는 남자' 그로스크로이츠는 이번에도 화를 참지 못했다.필승을 다짐했던 그는 실망스런 결과에 술을 들이켰다. 그리고 과음 끝에 자신의 호텔 방 침대에 '실례'를 범하는 사고를 쳤다. 그로스크로이츠는 '방뇨 사건'이 벌어지고 "뮌헨에 패하고 정말 짜증이 많이 났다. 열심 준비했기 때문에 꼭 우승을하고 싶었다"면서 "침대에 방뇨한 기억은 없다. 물의를 일으켰으니 죄송하다"고 사과했다.이처럼 사건과 사고가 끊이지 않는 그로스크로이츠지만 지도자들에겐 꾸준한 사랑을 받았다.출중한 축구 실력 때문이다.그는 요아힘 뢰브 감독이 이끄는 독일대표팀 23인 명단에 발탁돼 2014 브라질월드컵 무대를 밟았고 우승까지 맛봤다. 또 소속팀에선 지금은 리버풀(잉글랜드)로 옮긴 '명장' 위르겐 클롭이 중용한 측면 수비수였다.그로스크로이츠의 경쟁력은 왼쪽과 오른쪽, 공격과 수비를 가리지 않고 측면에서 뛸 수 있는 능력이다. 그는 주포지션은 왼쪽 미드필더지만 도르트문트에선 대부분 오른쪽 수비수로 뛰었다. 강한 승부욕과 몸싸움 능력도 그를 돋보이게 하는 능력이다.향수병을 이유로 팀을 박차고 나와도 금세 새 소속팀을 찾을 수 있는 이유다.이제 재기를 꿈 꾸는 그로스크로이츠의 숙제는 경기력 회복이다.그의 데뷔전을 본 슈투트가르트 감독 위르겐 크라미는 "45분간을 뛰며 1대1 대결에서 이긴 적이 거의 없다. 많이 뛰려는 의지는 보였지만 경기 감각이 많이 부족해보였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크라미 감독은 신뢰를 보냈다. 그는 "부족한 실전 감각은 빠른 시일 내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슈투트가르트는 현재 리그 15위에 머물고 있는 약팀이다. 그로스크로이츠가 팀을 상위권으로 이끄는 '사고'를 낼 지는 다가오는 후반기 지켜볼 일이다. 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
2016.01.09 06:00